2014년 5월 3일 토요일

날카로움을 가진다는 것

 나는 날붙이를 좋아한다. 남자라면 대부분 좋아할 수도 있지만, 한 때는 좋은 나이프를 구해보고자 이리저리 인터넷을 많이 뒤적거리기도 하고, 칼을 가는 것을 좋아해 몇일간 하루 종일 칼을 가는 것을 연구하며 보내기도 한 적이 있다. 예전부터 간단히 몇 번 슥슥 그어주면 쉽게 날을 세워주는 칼갈이도 많이 있지만, 모름지기 칼은 숫돌에 갈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이어져왔기에 숫돌로 칼을 제대로 갈아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럼에도 아직 만족할 만큼 칼을 갈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기억에 내가 제일 처음 칼을 갈아본 것은 초등학교 4, 5학년 쯤 되었을 때다. 그땐 사실 칼을 갈았다기 보다는 나만의 칼을 만들어 보고자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방문 손잡이를 수리할 때 그 커버를 여는 낫 비슷한 모양의 작은 쇠붙이를 찾아 날을 세운 기억이 있다.

 당시 칼을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고, 그저 TV에서 칼을 가는 모습을 흉내내며 방에서 신문지를 깔고 물 한 바가지를 떠놓고 칼을 간 기억이 있다. 비록 살짝만 스쳐도 종이를 자를만큼 날카롭게 갈지는 못했지만, 대략 봤을 때 날이 서있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는 날을 세운 기억이 있다.

 칼을 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각도'라고 한다. 숫돌 전체를 지나며 칼을 갈 때 숫돌면과 날의 면이 일정한 각을 유지해야 제대로 날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처음 칼을 갈 때는 각도를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어서 숫돌 앞쪽에서 뒷쪽으로 칼수록 그 각도가 틀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 아무리 오래 칼을 갈아도 특정 수준 이상으로는 날이 날카롭게 서지 않는다.

 어느 정도 칼을 갈아보면 이제 그 각도를 제법 익숙하게 유지할 수 있는데, 그럼 힘을 조절하기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짧게 걸리는 차이가 있을 뿐 쓸만하다 싶을 정도로는 날을 세울 수 있다.

 숫돌에 따라서는 제대로 날을 갈기 위해서는 거의 체중을 싣다시피 해서 칼을 갈아줘야 날이 제대로 서는 것도 있다. 3, 4천원짜리 안동숫돌이 그런 경우인데, 비록 천천히 갈아도 날은 서겠지만 거의 도닦는 기분으로 하루 종일은 문질러줘야 날이 선다. 그러나 체중을 실어 칼을 갈 때의 문제는 손과 팔에 들어간 힘으로 인해 그 각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중은 싣되 그것이 각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연습에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는 것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실력은 간다고 할 때의 그 간다는 말은 칼을 간다는 것과 같은 말인듯 한데, 그 일에 있어서도 칼을 갈 때처럼 반복되는 경험으로 일정한 각도를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 그것이 체득될 때 어떤 일을 해도 비록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원하는 수준의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더욱 힘들여 일을 해도 그것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에 방해가 될 때는 몸에 힘을 빼는 연습도 해주어야 한다. 즉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이루어지는 수준에 이를 때에야 비로소 그 일에 있어 전문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일의 종류에 따라, 자신의 재능에 따라 그 정도 수준에 이르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 계속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그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도를 닦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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